- 1 - 대 전 지 방 법 원 제 4 형 사 부 판 결 사 건 2025노860 가. 업무상과실치사 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다.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피 고 인 1.가.나. A (800628-1520512), 무직 주거 군산시 경포천로 66, 105동 101호(미장동, 수송공원삼성쉐르빌) 등록기준지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149 2.다. B (600310-1042411), 기타사업 주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로 142, 1702동 502호(일산동, 후곡마을) 등록기준지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723 3.나.다. C (110111-1070492) 소재지 화성시 동탄기흥로 594-7, 1110호(영천동, 루체스타비즈) 대표자 B 항 소 인 검사(피고인들 전부에 대하여) 및 피고인들 - 2 - 검 사 신승헌(기소), 박재훈(공판) 변 호 인 1. 피고인 A을 위하여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담당변호사 김석우, 신정현) 2. 피고인 B 및 피고인 C를 위하여 법무법인 민후(담당변호사 김경환, 양진영, 최주선, 원준성, 성재환) 원 심 판 결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25. 2. 28. 선고 2024고단10 판결 판 결 선 고 2025. 8. 27. 주 문 1.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 2.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3. 피고인 B을 징역 3년에 처한다. 4. 피고인 C를 벌금 5억원에 처한다. 위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 3 -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피고인 A:징역 1년, 피고인 B: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벌금 1억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A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위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피고인 B 및 피고인 C 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사고는 통상(기존)의 MPA 공정에서 사용되지 않던 인화성 물질인 에틸 알코올을 피고인 A이 독단적으로 반입・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서, 경영책임자인 피 고인 B으로서는 이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 B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이 행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고, 이 부분 피고인 회사의 양벌책 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고인 B 및 피고인 C(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 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에 관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 다. ⑵ 양형부당 가사 그것이 아니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B 및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선고한 위 각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4 - 2. 피고인 A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사고는 일면 사업주이면서 일면 상급자인 피고인의 부적절한 작업방식 선 택과 지시 등의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는 점, 피고인은 스스로 공학 전문가 내지 이른바 고위관리자급 엔지니어(engineer)로서 이 사건에서 세척용제로 사 용된 에탄올의 폭발가능성을 정확히 또는 여실히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하게도 에탄올로 세척한 자동차 부품을 폭발구(爆發口)나 감압(減壓)・배 기(排氣)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일종의 가열(加熱) 건조기(본건 항온항습기라는 기계 가 그것이다)에 넣어 건조를 진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지시하였다는 점 등에서 피고인 의 과실 정도 혹은 책임이 무거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안 전을 책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일종의 최종책임을 지고 있으며, 그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피고인의 어이없는 실수로 본건 폭발사고를 오̇ 히려 유발 ̇ ̇ ̇ ̇ 한 꼴̇ 이니, 이는 분명히 피고인에게 심각하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인은 사업주이면서 동시에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는 피 용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실 이 사건 사고 의 발생 과정이나 사고 당시의 상황을 보아서는 피고인은 실질적으로는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 내지 피용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피고인이 가지고 있 는 사업주의 지위에 기하여 부담하고 있는 안전조치 구비・시행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인하여, 피해자인 망인(그는 피고인의 실질적인 동료작업자이면서 피고인의 지휘・ 감독을 받는 직원 내지 피용자이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별지로 첨부한 이 사건 사고 직전 피고인과 망인의 작업 모습 사진들<증거기록 제1권 제61~82쪽>은 공장 내부 CCTV 동영상을 정지영 - 5 - 상으로 변환한 것인데 여기에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쉽게 확인된다. 그 중 몇 장을 여기에 옮기 면 아래와 같다. 이 사진들을 통하여서 보더라도 피고인과 망인은 함께 해당 부품 건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즉, 이들은 부품의 세척・건조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 일부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던바, 피고인과 망인이 비록 직장에서 상하서열 관계에 있었다고는 하여도 사실상 또는 실질적으로는 동료작업자 관계에 있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이 항온항습기 내부의 폭발로 비래된 항 온항습기 철문에 머리를 충격당하여 비명횡사(非命橫死)하는 산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위 9장의 사진은, 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이 캡처한 총 44장의 사진들 중에서 피고인과 망인이 하나의 사진 프레임에 함께 포착된 <사진 3>, <사진 24>, <사진 29>, <사진 30>, <사진 34>, <사진 35>, <사진 36>, <사진 37> 및 사고의 마지막 순간이라 할 수 있는 철문이 날아와서 망인을 덮치기 직전의 모습인 <사진 42>를 옮겨 놓은 것이다. - 6 - 전반적인 작업의 진행 상황을 보건대, 당시 망인이 앉아 있던 책상 근처에 망인이 아니라 피고인이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망인과 피고인이 함께 그 순간 그 지점에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피고인이나 망인이 아니라 다른 직원이나 배달을 온 누군가 가 거기에 있었을 수도 있고, 피고인 회사의 관리자인 F이나 대표이사인 피고인 B이 그 자리에 있다가 참변을 당했을 수도 있다. 요컨대, 일종의 ‘우연(偶然)’이 개입하여 망인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 수 있다. 다른 모든 사람을 제쳐두고 피고인 스스로가 그 사고의 피해자일 수도 있었던 가능성(심지어 그 가능성은 거의 망인의 수준에 육박하는 고도 <高度>의 개연성이었을 수도 있다)을 감안한다면, 피고인의 ‘과실’ 내지 ‘행위’라는 것은 그 희생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그야말로 일체의 방향성(方向性)을 가지지 않는 형태의 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와 같은 피고인의 소위가 순수한 형태의 ‘과실’ 혹은 ‘부주의’에 기인한 것이었을 뿐 여기에 일말(一抹)의 고의적인 요소(要素)라는 것은 개 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 주의의무 위반의 점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분명히 ‘아주 중대(重大)한 과실’이고, 그 결과 역시나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그것’이니 피고인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 한 죄책(罪責)을 물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기 자신이 ‘화(禍)’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은, 무언가 다른 요소 혹은 지점에 책임을 나눠 지우는 것이 마땅할 수 있 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피고인만이 그 모든 책임을 감당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물론, 피해자인 망인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인이 그러한 책임추궁의 분배・분산 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회 혹은 국가가 최종적인 책임의 분배를 마친 상황 은 그와 같은 가해자(피고인) 대 피해자(망인) 사이에서의 책임분배와 동일하지 않아야 - 7 -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피고인은 사용자 내지 사업주이지 만 그 역시나 거대한 현대 산업체제(Organ)의 부속품(附屬品) 혹은 하부조직(下部組織) 으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그 산업체제가 생산(창출)하는 재 화를 통한 이익(혜택)의 궁극적 귀속처는 사실은 우리 사회(社會) 혹은 관념적 존재로 서의 국가(國家)일 수도 있는 것(비록 개별 피해자를 대리한다거나 그를 위하여 하는 것이라고 입 론<立論>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바로 그 ‘사회’ 혹은 ‘국가’가 피고인과 같은 개별 위규 자<違規者>에 대한 문책<問責>의 주체이다. 심지어 이러한 문책권이 형식상으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사회 혹은 국가에만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인바, 그에 따른 적절한 책임의 배분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악(必要惡)으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산 업체제 즉 기업(企業)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즉각적인 이익’을 향유하는 누군가(대개 의 경우에는 ‘경영책임자’ 내지 ‘사업주’가 그 사람이거나 그의 대리인 또는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가 있다면 그에 대한 강력한 책임과 의무의 부과를 통한 책임의 사회구조적 분담 을 긍인할 필요가 있다(뒤에서 보게 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바로 이러한 고려의 산물<産物>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전환적 고려의 끝자락에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상의 배 려가 존재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여 그와 같은 사회적 제도를 통한 피해의 구제 등(G 근로자재해보장보험을 통한 우회적인 피해의 보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이른바 ‘H 고려’에 기하여 책임 을 분담하게 된 자들이 진행하는 피해복구를 위한 제반의 노력과 조치 모두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을 비롯한 제반 요소・효과들은 피고인 A과 같은 이들에게 지우는 짐(죄책)을 덜어주는 한 이른바 ‘유리한 양형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가 피고인이 최초 수사단계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모 두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측 내지 - 8 - 유족에게 8,000만원을 형사공탁하였고 유족측에서 이를 회수한 점, 피고인은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 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돈독해 보이는 점, 피고인은 원심판결 선고일인 2025. 2. 28. 구속되어 현재까지 6개월 동안의 구금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부주의가 초래한 결과 를 통렬히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과 그 밖에 피 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죄전력 및 그 내용, 수사기관 및 법정 에서의 태도,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 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과중 주장은 이유 있고, 이에 반하는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 B 및 피고인 회사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등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설시하여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 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 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9 - 나.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하여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 B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인 회사 차원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비하는 등 재범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는 근본적으로 피고인 회사의 서천2공장에 안전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B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B은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경영책임자로서 진지한 반성을 하기 보다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인 A의 책임만을 부각하려 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 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2021. 1. 8. 국회 의결과 2021. 1. 26.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그 1년 뒤인 2022. 1. 27.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만 한다) 은 「I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16 J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 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음」 및 「이에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을 운영 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사고가 발생 한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 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 10 -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임」이라는 제정이유 설명에서 분명하듯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와 경영책 임자등에게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과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 반하여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매우 무거운 민・형사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중대 재해처벌법에 의하여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에게 부과된 안전보건확보의무는, 민법상 의 고용계약 관련 의무 또는 노동법상 근로계약의 부수의무로 이해되고 있는 ‘사용자 의 안전배려의무’나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등 과 구별되는 H 법률적 개념인데, 본건과 같은 경우가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율하고 자 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자의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 다. 하나는 자신의 기업에 속한 사람들의 안전의무 이행에 대하여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 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직접 구조적 안전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기업 종사자의 책임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기업의 법적 책임 에 대해서 대위책임이나 동일시 이론과 같은 종속적 책임모델로부터 기업 자신의 독자적 인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는 독립적 혹은 전체적 접근이 주장되는 것과 같이, 이것은 직접 행위자의 형사책임과는 별개의 경영자 자신의 책임을 독자적으로 묻는다는 점에서 경영자 처벌의 독립체계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구조적인 책임에 형법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형사책임은 범죄결과에 직접 원인이 된 행위에 있는 것이며, 이 러한 행위를 하게 한 구조적 배경이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자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는 것이 전통적인 법리이다. 과실의 범위 또는 인과관계의 범위가 너무 확대된다고 여기 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의 문제는 구조적 ̇ ̇ ̇ 인 것이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결과를 초 - 11 - 래한 직접 행위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재해는 안전인력이나 예산의 확보와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의 정비에서부터 현장 의 구체적인 의무위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원인이 중첩되어 발생하는 것이며, 이러한 위험 전체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바로 경영책임자 내지 사업주의 몫이다. 이러한 사정 혹 은 구조를 파악하여 이루어진 것이 바로 위와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인데, 본건 사 고는 바로 그러한 입법으로 해결하려한 그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현실화시점이 2022. 3. 17.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된 2021. 1. 26.로부터 1년이 훨 씬 더 지난 시점이라는 데에 있다. 위 법 부칙 제1조 제1항에서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 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고 규정하여 일정한 유예기간을 허락하였음에도 피고인 B 및 피고 인 회사측에서는 그 기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사고에 이른 것 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모든 기업 혹은 산업체의 조직(기관)들이 그러하겠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기업 경 영・집행조직(기구)은 기업 본연의 존재가치 또는 목적이라고 너무나도 쉽게 운위(云謂) 되는 ‘이윤창출’을 최종・최고의 목표로 삼기마련이다. 그 과정에서는 목전의 ‘효율’ 내지 생산・산출 ‘편이(便易)’가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시각으로는 다를 수 있겠으나 단기적인 시각으로는 그러한 과정에서의 안전조치 강구와 같은 행위는 생산의 효율을 저 해하는 요소로 취급당하기 쉽다. 안전조치 혹은 보건조치라는 것은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적어도 과다하게 지출되어서는 절대 아니 되는, 그야말로 불요불급(不要不急) 의 ‘비용’으로만 파악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취해져야 할 각종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그와 같이 취급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게 되 었다. 위 입법이유에서 거시한 「I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 12 -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 건 및 4・16 J 사건」이 바로 그 서글픈 경험이 남긴 파편들 중 일부일 것이다. 이러한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시스템) 차원에서의 방안 중 하나가 안전보건확보를 최종・최고 의 목표로 가진 조직을 기업 내재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조직은 당해 기업의 생산・산출 효율보다는 그 과정이 안전하고 건강한 조건하에서만 진행되도록 감시・감독하 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평소에 그리고 사전적으로 기업의 경영・집행 조직을 견제 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경영책임자 내지 사업주가 그러한 조직 혹은 기 관(Organ)을 설치하고 거기에 그 설치목적에 충분히 부합하는 수준의 권한과 권능, 쉽게 말하여 당해 기업의 경영책임자 내지 사업주 자신조차도 그 조직의 통제와 제어에서 자 유롭지 못할 만큼의 권한과 권능을 부여하도록 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이른바 ‘3권분 립’으로 대변되는 국가 권력의 배분과 통제원리가 기업의 경우라고 하여 적용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과 시행은 바로 이러한 권한분립과 통제의 원 리를 기업에 도입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법 제4조 및 제5조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피고인 A이 단순한 공장 장 내지 직원이 아니라 일종의 동업자로서 위 법에서 말하는 사업주 내지 경영책임자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다면, 그런데 바로 그러한 최상부 경영책임자에 의하여 위험이 현실 화된 것이라면, 위와 같이 독립적이면서 충분한 권한을 가진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필요 - 13 - 성이 오히려 증대된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막강한 권한과 책 임을 지고 있으면서 안전보건관리의무도 동시에 지고 있는 피고인 A이 기업경영자 내 지 생산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매몰되어 다른 측면을 소홀히 할 소지가 다분하고 상존하 는 것이니, 그보다 더 상급의 경영책임자 내지 사업주인 피고인 B에게는 그러한 편향된 독주를 제어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법 률상의 의무가 지워져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본건 기록을 정사(精査)하여도 피고인 B이 이러한 자신의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를 이행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상 황에서, 당원으로서는, 중대재해에 관하여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규정 하고 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중 대재해를 예방하는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을 고려하여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 한 법률의 입법 목적 내지 입법자인 대한국민의 강력한 의지(意志)를 거스를 하등의 사 정이나 연유를 찾을 수 없다. 비록 피고인들이 피해자(망인)의 유족들과 합의하였고, 그 결과로 그들이 피해자(망인)를 대신한다면서 피고인 B과 피고인 회사에 대한 형사처벌 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달라질 것도 아니다. 여기에다가 피고인 B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양 형부당(과경)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들의 양형부당(과중)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B, 피고인 회사에 대한 각 항소는 이유 - 14 -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와 피고인 B, 피고인 회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 A과 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는 이상 이를 주문에서 따로 기 각하지 않는다). [ 다시 쓰는 판결이유 ]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 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A: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1호, 제2호(안전조치의무 위반 근로자 사망의 점) 나. 피고인 B: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1호, 제2 조 제2호 가목 다. 피고인 회사: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1 호, 제2호(안전조치의무 위반 근로자 사망의 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2호 가목(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의 점) - 15 - 1. 상상적 경합 가. 피고인 A:형법 제40조,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나. 피고인 회사:형법 제40조,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 반(산업재해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피고인 A, B) 각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피고인 A) 형법 제62조 제1항 1. 가납명령(피고인 회사)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재판장 판사 K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L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M 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