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원인 피고인이 페이스북에 노동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악의축’이라고 적시하여 모욕하였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된 사안[대법원 2022. 10. 27. 선고 중요판결]
- 1 -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19도14421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모욕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민심 담당변호사 변영철 외 2인 원 심 판 결 부산지방법원 2019. 9. 26. 선고 2019노1760 판결 판 결 선 고 2022. 10. 2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 부분의 요지 피고인은 ○○버스노동자협의회 회원이다. 피해자 공소외 1은 1991년부터 2008년까 - 2 - 지 ○○지역버스노동조합(이하 줄여 쓸 때에는 ‘조합’이라 한다)의 위원장이었고 현재 조합의 상임지도위원이다. 피해자 공소외 2는 조합의 사무처장이면서 ○○지역마을버 스노동조합의 지부장이다. 피고인은 2018년 5월 무렵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신의 페이스 북에 집회 일정을 알리면서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스노조 악의 축, 공소외 1, 공소외 2 구속수사하라!!”(이하 ‘이 사건 표현’이라 한다)는 내용을 적시하여 공연히 피해자들을 모욕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표현은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 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 도 등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 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 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 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 다면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그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 - 3 - 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0도 16897 판결 참조). 나. 판단 1) 우선 피고인이 사용한 이 사건 표현은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2) 그러나 피고인이 노동조합 집행부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해자 공소외 1은 1991년부터 약 18년의 장기간 동안 조합의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도 조합의 상임지도위원으로서, 피해자 공소외 2 또한 2008년경부터 조합 의 사무처장으로서 피해자들 모두 조합의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다. 나) 피고인을 포함한 일부 조합원들은 ○○버스노동자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라는 별도의 소규모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협의회에서는 2018년 5월 무렵 2018년 5월호 소식지를 만들어 버스기사들에게 배포하고 그 무렵 자신들의 주장 을 알리기 위한 집회를 열기로 하였다. 다) 위 소식지의 주요 내용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의 의 견수렴절차 미비에 대한 비판, 조합이 퇴직금 누진제 폐지의 대가로 받은 돈의 사용처 에 대한 의혹제기 및 조합 재산의 투명한 운영촉구, 조합 위원장 간선제에 대한 비판 및 직선제의 필요성 등이다. 라)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내부문제에 - 4 - 대하여 의견개진을 비롯한 비판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 피고인 등 협의회 회원들은 위 와 같이 조합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합 재산의 투명한 운영, 위원장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그 주장을 하기 위한 집회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 사 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조합의 운영 등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위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북한 등 을 일컬어 사용한 이래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의 핵심 일원이 라는 취지로 비유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피해자들의 의혹과 관련된 이 사건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바) 이 사건 표현에서 ‘구속수사하라!!’ 부분은 협의회에서 2018년 5월호 소식 지를 통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수사기관의 적절한 수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을 촉 구하는 내용으로 위 부분 자체로는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시킬만한 경멸적 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사)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조합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조 합 위원장의 직선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므로 많은 참석을 바 란다는 취지이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 전체에서 이 사건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도 않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표현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모욕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 5 - 따라서 원심판결 중 모욕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 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의 대상이 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 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정화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김선수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노태악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오경미 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