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회사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4. 11. 28. 선고 중요 판결]
- 1 -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3다211345 임금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영우 담당변호사 임광훈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택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망(담당변호사 오승원)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3. 1. 20. 선고 (춘천)2022나291 판결 판 결 선 고 2024. 11. 2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 2 - 가. 피고는 2012. 4. 20. 설립되어 △△△ 콜택시 합자회사(현 □□□ 합자회사, 이하 ‘소외 합자회사’라 한다)로부터 그 소유 택시들과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양수한 다음 ◇◇ 군 일대에서 택시 여객 운송사업을 영위하였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소유의 택시를 운전하는 근로를 제공 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인데, 원고 2, 원고 3은 소외 합자회사에서 택시운전사로 근무하다 가 피고의 설립과 함께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의 설립 이후 입 사하였다. 다. 원고들은 3일 근무 1일 휴무제 방식으로 근무하면서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최저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고 한다)만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고 한다)을 보유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은 방식(이하 ‘정액사납금제’라고 한다)으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라.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고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 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이 신설되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2.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군 지역에도 시행되었다. 마.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직후인 2012. 7. 7. 피고와 ◇◇콜택시 노동조합은 임금협정(이하 ‘2012년 임금협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근무형태를 3일 근무 1일 휴무제로 하고,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월 60시간으로 합의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이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택시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 3 -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와 ◇◇콜택시 노동조합 사이의 2012년 임금협정상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은 새로운 합의에 해당하여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2012년 임금 협정상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 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피고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2012년 이후의 임금 협정이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인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존의 취업규칙 이나 임금협정을 그대로 승계한 것인지 여부도 알 수 없으며,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 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 하기 어려운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 등에서 유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 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 4 -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 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 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 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 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2)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택시회사가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신설회사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한 경우에도, 소정 근로시간을 정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 이었고,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때, 법원 으로서는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 5 -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다206138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피고가 소외 합자회사의 택시 영업을 양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 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와 ◇◇콜택시 노동조합 사이의 2012년 임금협정에 따 라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은 새로운 합의에 해당할 뿐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근로자 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 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영업양도, 문서제출명령 위반 의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신설회사에 해당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인정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2012년 임금 협정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월 60시간(월 20일 만근 기준)으로 하는 2012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2.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군 지역에도 시행된 직후인 2012. 7. 7. 체결되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7. 12. 27. 신설된 후 서울특별시에서는 2009. 7. 1.부터 이미 시행되어 왔고, 인근 춘천시에서는 2010. 7. 1.부터 시행되는 등 각 지역마다 시행 시기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2012년 임금협정 당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된 때로부터 약 4년 6개월이 지난 때로서 이 사건 특례조항이 미치는 효과에 관하여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 6 - 상황이었다. 2012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일인 2012. 7. 1.부터 효력이 발생 한다고 하여 임금협정의 효력을 소급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 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 소외 합자회사가 2009. 11. 1. 원고 3에 대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신고 하였고, 피고 역시 그 후 원고 3에 대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전인 2012. 5. 3.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신고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를 막바로 소정근로시 간 합의라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해진 1일 3시간의 소정근 로시간은 그 무렵 택시운전근로자의 통상적인 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2012년 임금협정 무렵 피고가 소재한 ◇◇군이나 인근 강원도 지역 내 택시운전근로에 관한 조건이 변화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2012 년 임금협정상의 1일 3시간 소정근로시간은 2014년, 2015년, 2016년 각 임금협정에서 도 그대로 유지된 채, 월 근무일수와 월 기본급만 변동되었는데, 2012년 임금협정 당 시 비교대상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산정한 금액과 최저임금과의 차이, 낮은 고정급 수준과 최저임금의 상승 추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소정 근로시간을 정하지 않을 경우 단기간 내에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2012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으로 정한 진정한 의도는 근로조건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3)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 되는바, 피고가 소재한 ◇◇군 내지 인근 지역 택시회사에 소속된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피고의 고정급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 - 7 - 시간과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설령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1일 3시간이라는 소정근로 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유효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아가, 원심으로서는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그러한 보충적 해석을 시도하지 아니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데에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도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영재 대법관 김상환 - 8 - 주 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권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