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시내버스회사 단체협약에서 정한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지나 연차를 지정하자 사용자가 연차를 반려한 사건[대법원 2025. 7. 17. 선고 중요판결]
- 1 - 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1도11886 근로기준법위반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성헌 담당변호사 박보영 외 2인 원 심 판 결 부산지방법원 2021. 8. 19. 선고 2021노891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7.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연제구 (이하 생략) 소재 ○○○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 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300명을 고용하여 시내버스 운수업을 운영하는 사용자 - 2 - 이다.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 유급휴가(이하 ‘휴가’ 라 한다)를 주어야 함에도, 피고인은 2019. 7. 5.경 위 사업장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 로 근무 중인 근로자 공소외 1(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이 ‘2019. 7. 8. 휴가를 사 용하겠다’고 신청하였으나, 단체협약상 휴가 사용 3일 전에 신청하여야 함을 이유로 휴 가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가. 이 사건 회사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휴가를 사용하기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특성, 공익성 등에 비추 어, 위 규정이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근로자는 위 규정에서 정한 기한이 지나 휴가를 신청하였으므로, 피고인 이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여 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거나, 피고인이 휴가를 부여하지 않음에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권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 고(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내지 제4항), 다만 근로자가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면 사용자의 적법한 시기변경권의 행사를 해제조건으로 그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 되는 것으로(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는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적 - 3 - 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 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99도317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 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 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노선 여객자동차운 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서는 대체근로자를 확보해야 할 필 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 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 노사가 단체 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 기한은 대체근 로자 확보 등에 소요되는 합리적인 기간에 관하여 노사가 합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해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까지 휴 가에 관한 권리가 제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과 관련하여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데도 근 로자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그 기한을 준수하지 않고 휴가를 청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 4 - 관점에서 사용자가 지정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발생 시켜 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사용자 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 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회사가 속한 사용자단체인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2019. 6.경 교 섭대표노동조합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산지역버스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은 ‘근로자는 휴가신청을 3일 전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규정을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2) 이 사건 근로자는 2019. 7. 5. 15:30경 (버스번호 1 생략)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중 이 사건 회사의 관리과장 공소외 2에게 전화하여 ‘2019. 7. 8. 오후 휴가를 사용하겠다’ 고 하였으나, 공소외 2는 ‘위 일시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3) (버스번호 1 생략) 버스는 총 21대인데 그중 2대가 2019. 7. 8. 오후에 운휴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19. 7. 8. 오후 출근하지 않았고, 결국 같 은 날 오후 (버스번호 1 생략) 버스 중 3대(같은 날 오후 사고로 운행을 중단한 1대 제외)가 운휴하였다. 4) 이 사건 회사의 승무운전직은 특정 버스를 운전하는 전속승무원 및 전속승무원이 휴무 등으로 결근할 경우 해당 버스를 대신 운전하는 예비승무원으로 구성되고, 1일 2 교대(오전ㆍ오후)로 버스를 운행한다. 이 사건 근로자는 (버스번호 1 생략) 버스를 운 전하는 전속승무원이다. 5) 이 사건 회사가 운행하는 노선버스 중 (버스번호 1 생략), (버스번호 2 생략) 및 - 5 - (버스번호 3 생략)이 △△동 차고지를 같이 사용하는데, 2019. 7. 8. 자 배차표상 애초 휴무, 휴가 또는 별도 사유로 결근이 예정된 근로자(이하 통틀어 ‘휴무자 등’이라 한다) 외에 예비승무원을 비롯하여 △△동 차고지의 나머지 승무운전직은 모두 버스를 운행 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에 휴가를 주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함에 따른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시내버스는 기본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그 공익성에 비추어 차량운행이 예정된 시간에 맞춰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은 버스 수요 가 상대적으로 많은 월요일이었고, 이미 (버스번호 1 생략) 버스 중 2대가 운휴하는 것 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에 휴가를 부여하면 배차간격 이 더 길어져 (버스번호 1 생략)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감수하여야 할 교통상 불 편이 가중되므로 사용자인 피고인으로서는 대체근로자를 확보해야 한다. 2) 부산지역 버스업계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하여 이 사건 규정을 두었으므로, 이 사 건 규정에 따른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간 이라고 노사가 상호 합의한 기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규정은 그 기한을 3일 로 정하고 있는데, 3일이라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장기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 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3)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기한을 준수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 - 6 - 정이 있었음은 확인되지 않는다. 4)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에 휴무자 등을 제외한 △△동 차고지 소속 나머 지 승무운전직들은 모두 버스를 운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이들 중 대체근로가 가능한 사 람은 없었다.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근로기 준법 제59조가 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어 2019. 7. 1.부터 시행되면서 승무운전직의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으로 제한됨에 따라 피고인은 연장근로를 통 하여 대체근로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이 사건 회사의 승무운전직 인원이 만성적으 로 부족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 있어 피 고인의 시기변경권 행사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도 어렵다. 라. 그렇다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 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시기변경권의 행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 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숙연 _________________________ - 7 - 대법관 이흥구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오석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노경필 _________________________